한반도 역사상 가장 빠른 증기기관차 - 아카츠키호

출처: http://blog.daum.net/allinstamps/5187

일제강점기 시절 만주국과 내지(일본 열도)를 잇는 가장 빠른 루트는 시모노세키에서 연락선을 타고 부산에 들어와 경부선-경의선을 타고 단둥(丹东)에서 베이징(北京), 창춘(長春)까지 이어지는 중국 철도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대동아공영권의 기치를 내세우며 대륙 진출의 부푼 꿈을 지니고 있었던 일제에게 있어 경부선의 중요성은 이루말할 것 없이 컸으며, 경부선 열차의 고속화는 곧 식민 통치 효율성의 증대와 직결되는 바였다.

 

1905년 경부선 개통 당시 부산-경성간 30시간이 걸리던 열차는 융희호, 히카리호, 노조미호 등 급행열차의 개통에 힘입어 점차 14시간, 11시간으로 소요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내지-외지의 우편 및 인력 수송량의 폭발적인 증가를 감당하기엔 아직까지 너무나도 열차가 느렸고, 이에 대해 조선총독부는 특단의 조치인 '특급열차 도입'을 취하게 된다.

 

전선열차시각개정(全線列車時刻改正), 조선일보, 1936년 11월 20일

... 일(一),경부(京釜),경의본선(京義本線)
(가) 경부간특급렬차(京釜間特急列車)의신설(新設)

관부간의 대형선취항으로 객화의 원활한소화를하기위하야 특급일왕복을 신설하엿다 이렬차는 현행칠,팔렬차보다 한시간이단축되며 도중청차는 대구(대구(大邱))대전(대전(大田))뿐이다 그리고 이번초득급렬차는『아까쓰끼』(ぁかっき)라고 명명하엿다 ...

[출처 : 조선일보 뉴스 라이브러리]

 

1936년 12월 1일자 다이어 개정과 함께 등장한 특급열차 '아카츠키'는 새벽 효(曉) 자를 일어로 발음한 것으로 새벽, 여명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 이름에 걸맞게 아카츠키호는 새벽 6시 부산항에 도착하는 부관연락선과 연계, 떠오르는 여명을 바라보며 경성역으로 달려나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최고속도 90km/h의 파시형 증기기관차가 이끄는 아카츠키호는 450km의 부산-경성간을 6시간 45분만에 주파, 표정속도 76km/h로 엄청난 속도를 자랑한다. 무려 2000년대 수도권 전철 1호선 급행의 표정속도와 비슷할 정도다. 이보다 더 빠른 증기기관차가 한반도에서 달린 적은 없었다.

 

특히, 도중 정차역이 대구역과 대전역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해방 이후 등장한 '서대동부'의 먼 조상격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은 1936년 12월 2일자 조선일보 기사에 나온 아카츠키호의 다이어이다. #조무(朝霧)를뚤코— 『효(曉)』부산출발(釜山出發), 출처: 조선일보 뉴스 라이브러리 (기사에 따르면 5분 조착한 듯... ㄷㄷ)

 

정차역	정차시간
부관연락선 도착	06:00
부산잔교역	06:50
대구역	08:44 ~ 08:48
대전역	11:04 ~ 11:08
경성역	13:30

경성역에 도착한 열차는 정비를 받은 후 오후 4시 15분에 경성역을 다시 출발, 밤 11시 경에 다시 부산잔교역에 도착하여 11시 30분 시모노세키로 출발하는 부관연락선과 연계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철도시각개정(鐵道時刻改正) 작야(昨夜)부터실시(實施), 출처 : 조선일보 뉴스 라이브러리 

 

이후 1940년 한 차례 개정을 통해 5분이 더 단축, 6시간 40분을 달리게 되었으나 태평양전쟁의 발발과 8.15 광복, 6.25 전쟁으로 이어지는 혼란기를 거치며 아카츠키호는 사라졌고, 이를 뛰어넘는 경부간 최속달 열차는 한동안 등장하지 않았다. 아카츠키호의 기록이 깨진것은 등장 26년만인 1962년 5월 15일, 디젤기관차 '재건호'가 6시간 10분 기록을 세우면서이다. (참고 - https://madecat.tistory.com/37)

재건호 특급 열차. 1962년 경부선 다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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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관련 자료를 얻기 위해 동아일보도 뒤져보았지만 1936년 12월 전후로 쓰여진 기사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황당해서 원인을 찾아보니, 바로 손기정 선수 일장기 삭제 보도가 1936년 8월 25일, 이후 한동한 강제 폐간 조치...

하필이면 필요한 기사가 쓰일 시점에 저 역사적인 사건이 터졌네요. ㅋㅋ